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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톤체리 - Blow My Mind & Sometimes : 교차로
2015-03-21 , Saturday

1

원래 '교차로'라는 제목은, 임자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의 락그룹 씨엔블루다. 이 그룹 이야기는 지금 트럭으로 한대 분량쯤 ^ ^ 밀려있는데, 그중 하나엔 아마 '정체성의 교차로'라는 제목이 붙을 것이다. 씨엔블루는 현재, 그런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모든 락그룹이 그런 시기를 거치지 않을까. 어쩌면 모든 뮤지션이. 그런데 '락그룹'은 더 더욱 그렇다. 모든 락그룹은, 자기 성장기를 음악 속에 반영해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블랙스톤체리도 '조금' 그런 시기인 것 같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조금인 까닭은, 이 팀에는 갈등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남부의 청년들이, 그 지역에서 배태된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음악을 한다. 잘 하고 열심히 한다. 그렇게 앞으로도 계속 한다...는 노선이다. 여기에 복잡할 게 뭐가 있는가.

그렇지만 성장을 해야하니까, 새로운 방향,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쪽 길을 봐야한다. 그 길로도 가볼까 하고 고민한다. 그렇게 락커는 교차로 위에 선다. 교차로 Crossroad는 그렇게, 뮤지션들에게 주어진다. 이 원형적 심상은, 예전 블루스 뮤지션들의 도시 전설로까지 가면 더 더욱 커다랗고 운명적인 원형의 담론으로 존재하는데, 그 얘기는 일단 미루자. 지금 블랙스톤체리는, 그 정도의 거대한 교차로까지는 아닌데 - 하여튼 그런 갈림길엔 서 있다. 그래보인다. 나는 '그냥 쭉 가면 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데, 이 그룹도, 그리고 이 그룹의 팬들도 교차로 위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느낌이다.  

이들이 새롭게 낸 앨범은 Magic Mountain. 가사 때문에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타이틀곡이 Me And Mary Jane인데, Mary Jane은 사실 마약 이름의 암시다. 오래된 은유다. 다른 락넘버에도 잘 쓰인다. 뮤직비디오도 대충 그런 선상의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마약이라든가, 섹스와 관련된 메타포들이 꽤 들어간 것이다. 어찌보면 이게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 더 신기하긴 하다. 영미권의 하드코어한 장르 계열 음악에  저런 코드가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다.

난 어렸을 때에는, 그런 코드들엔 전혀 개의치 않았는데, 요즘엔 떨떠름하다. 지금은 조금 신경쓴다. 듣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그러면 팝/락음악의 절반 이상을 못 듣는다), 신경은 쓴다. 특히나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린 연령대의 사람들이 하드코어한 장르음악을 접하기도 쉽고 많이들 접한다. 대중음악은 30년전보다 그 영향력에 있어서만큼은 훨씬 더 증대된 상태이다. 덩달아 나도 조금쯤 신경쓰는 정도다. 그런데 이 그룹의 팬들 일부도 이러한 노선의 가사에 불쾌감과 실망감을 꽤나 느끼는듯. 이들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는지, 여러 인터뷰에서, 가사는 '자신들끼리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고, 자신들은 '행동주의자'는 아니라고 못박는다.


2

Me And Mary Jane의 경우에는, 운율 때문에 Mary Jane을 넣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제목은 생각할 수가 없을만큼 잘 들어맞는 운율이었다. 내가 그 멜로디에 일단 그 단어를 떠올렸어도 아마 그 유혹을 뿌리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곡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음반 속에는 같은 가사 코드를 가진 곡들이 좀 더 있다. 그러니까, 이 팀은 좀 더 도발적인 그룹이 되고 싶었던 거다. 특히 복고적 코드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메타포들을 끌어다가 가사에 사용했다. 원래는 그냥 '복고적'인 그룹이었는데, 거기에 '도발적' 요소를 넣으려고 한 거다. 뭐 그리 대단히 센 코드는 아니고, 락페스티벌의 하드타입 그룹들에겐 정말 흔하디 흔한 코드일 것이다. 그중에서 오히려 약한 편에 속할 것이다.

현대의 락음악은 70년대의 사상적 토양을 벗어난 이후에는, 일종의 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 뭔가 하면, 젊은이들의 폭발적 감상의 출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 이건 70년대에는 더 했겠다. 그러나 현대의 일상에서는 힙합음악이 보다 더 대중적으로 광장 음악 기능을 하는 상황이라, 락음악의 그러한 역할은 락페스티벌에서 주로 나타난다. 그러다보니 락페스티벌의 참가자들이 하려고 하는 축제에서 '축제송' 역할을 해내는 기능도 생겼다. 이걸 잘 해내는 락그룹들이 얻는 종류의 인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신인그룹이나 마이너 계열 그룹은 새로운 대중들에게 어필하고자 할 때 한번쯤 이런 코드를 일부러 건드려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음반의 어떤 시도들은, 그래서, 블랙스톤체리가 가장 블랙스톤체리다운 방식으로 만들어낸, '락팬들과 함께 하는 축제송'의 느낌이 조금 느껴진다. 난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게 나쁜 건가? 나는 그런 의미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해볼만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더 그러한 전환에 격분하는 팬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그들이 아마 나보다는 이들을 더 사랑하는 팬들일 것이다.

난 어쩌면 아직 이들의 팬은 아니다. 난 아직 이들의 음반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 이들의 라이브가, 크리스의 보컬이, 아델보다, 린킨파크보다는 훨씬 더 내 노선이지만 - 아직 이들의 음악을 제대로 만난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렇게 따지면, 차라리 아델이나 린킨파크의 음악은 어쨌든 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블랙스톤체리는 아직 형체가 굳어지질 않았다. 이 앨범은 어쩌면 그 증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게 이것인가'하고 사람들은 묻고 있는거다. 팬들은 '이게 아니잖아'라고 얘기하고. 그런데 난 어쨌든 이들이 많은 시도를 해보길 바란다. 남부라는 배경은, 이들에게 엄청난 장르 전통의 음악적 힘을 선사해줬지만, 동시에 이들의 발목을 감아쥐는 '낡은 힘'이 될 수도 있다. 난 그 힘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 힘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 사람들은 그런 면에서도 중간쯤에 위치한듯. 아이와 어른의 중간. 미국 남부과 대도시의 중간. 소그룹과 대그룹의 중간. 지역성과 국제성의 중간. 예의바름과 일탈의 중간. 지금 블랙스톤체리앞에 놓인 무수한 선택자들. 길들. 요소들이다.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단순한 교차로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근년 들어서는, 서구 팝음악을 들을 때에는, 이런 것들까지 짐짓 헤아려보면서 들은 적이 애시당초 없는데 -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더 이 팀의 팬인지도 모르겠다. ^ ^)


3

어느 길로 갈지는 이 그룹이 알아서 정할 일이고, 이번 음반을 뒤늦게 듣다가 챙긴 2곡을 소개한다.  

Blow My Mind. 중반부에서 크리스의 보컬이 너무 훌륭하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다. 아, 정말이지 이런 보컬리스트가 지금 나오다니...



곡들은 정말 좋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음악을 듣다보니, 내가 이 사람들의 연주를 이렇게나 좋아하는데도, 아직 '곡'자체로는 크게 정박하지 못한 이유를 약간 알듯도 싶다.

여기에 소개하는 두곡은 내가 정말 '좋아서' 데려온 곡들이다(이 팀은 자신들의 새 음악들을 모두 유튜브 오피셜 채널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위의 Blow my mind도 그렇고, 이곡도 '중간쯤'에서 상당히 미적댄다. 더 고상하고 위대한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그저 사람들과 함께 웃고 즐기는 선에서 멈출지 - 고민한다. 그러면서 양쪽을 다 놓친다. 다 놓친 상태에서 조용히 끝맺는다. 그러니 곡에 대한 통일되고 일관된 인상이 명료하게 안 남는다. 즉 '으윽, 싫다'라는 감상도 절대 안 남기지만, '아악, 너무 좋아'라는 인상도 안 남기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런 점에서도, 이 팀은 중간에 서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난 그런 점이 싫지 않다.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락그룹들이, 후다닥 답을 택해서, 신나게 해당 노선의 번호를 외치고 있다. "나는 1번"이라거나, "나는 2번"이라고 말이다. 이 팀은 - 지금 다들 가고 있는 번호와는, 다른 번호를 가지고 있어서 좀 머뭇거리는 거다. 가령 다음과 같은 길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이 1번 길로 간다고 하자.

1번 - 그냥 쭉 간다.
1-1번 - 전개부에 변곡점을 만든다 - 그러나 원래 길로 돌아온다
1-2번 - 전개부에 변곡점을 만든다 - 다른 길로 간다 - 돌아온다
1-3번 - 전개부에 변곡점을 만든다 - 다른 길로 간다 - 돌아오지 않는다
1-4번 - 전개부에 변곡점을 만든다 - 다른 길로 갈까 말까 망설인다 - 간다
1-5번 - 전개부에 변곡점을 만든다 - 다른 길로 갈까 말까 망설인다 - 안 간다

수많은 음악마케터들은, 쿨하게 그냥 '1번'을 하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1-5번을 택하는 것 같고 각주도 좀 덧붙이는 것 같다. 특히 다음 곡 Sometimes가 그렇다. 어마어마하게 어정쩡해보이기는 한다. 곡의 중반부에선 이 팀이 미시시피로 가고 싶은건지, 디트로이트로 가고싶은 건지, 현대적이고 싶은 건지, 복고적이고 싶은 건지, 슈게이징을 할건지, 컨츄리를 할지가 공중에 붕 뜬 채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바꿔 말하면 이 머뭇거림은, 이들이 남다르다는 증거이다. 그냥 '서든락'밴드'는 되고 싶지 않아서일테고, 그냥(?) 스타디움 락밴드도 되고 싶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이걸 영리하게 후다닥 헤쳐나가는 팀들도 있겠지만, 그런 팀들도 결국 곁가지를 많이 쳐내는 것이고, 무게가 가볍기 떄문에 가능한 것이다. 들 수 있는 짐 다 들고, 낼 수 있는 힘을 다 내가며, 이렇게 무겁게 고민하는 그룹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난 괜찮다. 좋다. Sometimes는 그래서, 그런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 모든 망설임들은 어쩌면 이들의 라이브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천천히 움직여나가지 않을까. 올해 이 곡들의 라이브 버전은 아직 하나도 찾을 길이 없지만. 이제 곧 투어가 시작된다고 하니, 그 결과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2016년 영국 아레나 투어까지 이미 일정이 빼곡히 잡혀있는 듯. 먼 곳에서 화이팅! 하고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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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덩치가 크고 와일드한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그룹인데, 난 왜 이 그룹의 무대가 내가 지켜보는 어떤 다른 뮤지션들(우리나라 뮤지션들 포함해서)보다 귀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역시 생각보다 더 이 팀의 팬인건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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