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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1일 JCS 서울 : 나의 두번째 겟세마네
2015-05-13 , Wednesday

[작성일: 2013.6.1]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중인 이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하 JCS) 한국 공연이 아주 좋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들었다. 그런데 안 보고 있었다. '보러가야지' 생각하고 움직이려고 들면, '벽 하나'가 서 있는 걸 매번 느끼는 탓이었을까.

JCS는 정말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난 유년기의 어느 한 시절을, 그게 몇달이었는지 또는 몇년에 걸쳤는지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 어쨌든 집중적으로 최소 몇달간은 이 작품을 내내 들으면서 살았다. 이 작품에 관해서 말하자면 - 첫 음표부터 마지막 음표까지가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들은 첫 버전은 이언 길런의 음반 버전이었고, 그건 내가 의미있게 들은 마지막 버전이고, 따라서 유일한 버전이었던 셈이다.

이언 길런은 뮤지컬 무대에 서진 않았고, 공연에서 부른 적도 없어서 이것은 음반 버전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전에 겟세마네 글에서도 얘기했듯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야말로 내겐 '다 이룬  버전'이었던 거다.

한번은 실수로 다른 나라의 공연 버전 음반을 사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JCS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다 같은 사람이 부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이건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무엇'이라고 이질감을 느낀 이후로는, 가급적 다른 버전을 듣는 것을 피했을 정도. 그렇다 해도, 수년에 한번씩은 - 특히, 유튜브가 생긴 후로는, 가끔 '다른 겟세마네'를 듣기도 했다. 그중에는 JCS팬들이 아주 좋아하는 인기 버전들도 있다. 전설적이라고 칭송받는 버전도 있다. 그러나 모두 나한텐 큰 의미가 없었다. 하긴 역시 예전에도 썼던 것이지만, 락, 그리고 블루스 기반의 겟세마네를 원한다면, 아직까지도 전설적인 락보컬리스트의 가장 상단 대열에 서 있는 이언 길런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이 작품을 만들어낸 것도  기적이지만, 컨셉 음반 버전에, 그 후 세계 락 음악사에 길이 남는 인물인, 젊은 청년 보컬리스트 이언 길런이 예수 역을 맡았던 것도 신비로울만큼 놀라운 일인 셈이다.

*그러나 한명의 감상자로, 어떻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새로운 겟세마네'를 기다리지 않았겠는가. 가끔, 나를 담당(?)하는 '음악감상의 신'과 대화를 나눌 때, 그것은 일상적으로 오가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나는 이 세상을 살면서, 또 한번의 겟세마네를 만나지 못하는 건가요?'하고 말이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것이 한국 사람일수도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서구의 보컬리스트들이 번번히 내 마음 속으로 진입을 못 했던 까닭은, 소리 속의 '독성'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역시 몇차례 얘기했지만, 매뉴얼과 방법론이 자리잡힌 서구에서는, 보컬이 너무나 안전했다. 그건 스탠더드하고 클래식한 창법과는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고, 그 방법론에서는 나름의 성취를 거두겠지만, 락-블루스 계열로 가려면 더 자기 파괴적이어야 했다. 그런데 수많은 백인 락보컬리스트들이 존재하지만, 의외로 그게 쉽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분야가 대단히 세분화되어 나눠지기 떄문이었다. 발라딕하고 애수어린 분위기와 파괴적이고 폭발적인 분위기가 양립되면서, 동시에 극적인 서사성을 획득할만큼 정공법적이고, 동시에 독하게 감정의 심연을 드러내는 보컬은 나오기가 참 힘든 문제다. 거기다 락음악을 많이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서구의 백인 락보컬리스트들이 의외로, 라이브에서 다운 톤으로 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다. 초강성의 보컬리스트들 중에서 라이브에서도 원형 그대로의 힘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경우는 이언 길런과 로니 제임스 디오 정도 말고는 딱히 인상적인 경우가 있었나 싶다. 아니 있긴 한데, 그건 위에서 말했듯 '세부적인 영역으로 분화된 보컬'의 경우였다. 그러니까 하드코어 계열의 보컬리스트들은 무지막지하게 '센 보컬'을 들려주긴 하지만, 내가 원했던 것은 약-중-강이 모두 확고하게 견지되는 가운데에서의 강한 보컬이었던 거다. 뭐, 그건 어느 지역에서건 어려운 일이긴 하다. 하긴 그러니까 이언 길런이 이언 길런인 셈이고, 그는 그후로도 숱하게 인터뷰에서 '그가 왜 JCS 영화버전이나 무대 버전에 출연하지 않게 되었는지'를 답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그걸 아쉬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가인들의 특징이, 소리의 파괴를 할 수 있고, 또 그런 파괴를 정서적인 울림을 담고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긴 한데, 장르적으로 락-블루스 계열을 자기 것으로 담아안는 보컬리스트는 그다지 없었다. 그건 원래 힘든 거다. 백인 보컬리스트에게도 힘든 거다. 흑인 보컬리스트들도 힘들다. 다 힘들어 한다. 그런데 '독한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하니까 - 가령 영화배우들에게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들이다. 송강호나 최민식이나 설경구가 자신들의 대표작에서 보여주던 그 극한의 연기들 말이다. 몇몇 영화 감독들이 만들어내는 극한의 상황들도 마찬가지. 난 그런 쪽의 영화를 전혀 즐기진 않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의 독성은 가끔 보면, 섬뜩할만큼 독하고 리얼하다. 그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한'이라고 말하는 감정의 심연과 맞닿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그냥 그런 계열의 한 요소가 문화적으로 있다는 정도이고, 그게 음악으로, 또 겟세마네로 발현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다리 힘이 있다 해도, 에베레스트를 정복한다는 건 또 다른 얘기인 것이니까.

*그러던 중 마이클리가 작년에 미국에서 JCS 공연을 했다. 이 사람은 아주 좋은 배우였고, 또 내 주요 관심 포인트로 말하자면, 훌륭한 보컬리스트였다. 그가 한국에서 한 작품이 '미스 사이공'인데, 그 작품 자체는 나와는 그다지 성향이 맞지 않는 작품이라, 그저 구경만 했을 정도지만 - 그라는 인물 자체는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JCS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가 아주 잘해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 그가 한국계라고 해서, 난 거기서 '나에게' 결정적인 어떤 버전이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상당히 '이성적인 성향의, 브로드웨이적 방법론을 가진'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해보였다. 그러나 내가 위에서 얘기했던, '그 독한 정서적 힘'과는 결합이 이루어질 거라고 전혀 예상 못했다. 그러던 중, 유튜브에 그의 겟세마네가 올라왔다. 그런데 그걸 듣고는 깜짝 놀랐다. 그가 내가 전혀 예상못했던 방식의 밀어붙이기를 극한까지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서 - 한국의 보컬리스트라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내가 기대했던 - 그 처절한 감성의 표출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한국 무대에 서게 됐다(오늘 공연에서 정말 훌륭하게 연출된 JCS를 보았는데, 그 모든 것 이전에, 이지나 연출이 가장 박수받아야할 부분은, 미국에 있는 마이클 리를 불러오고, 또 음악감독으로 정재일을 세운 것이 아닐까. 그것이야말로 연출자가 해야할 가장 본질적인 기초공사일 것이다).

*그런데 - 태평양 너머도 아닌, 서울 잠실에 있는 극장에서 마이클 리가 JCS를 공연하고, 수많은 호평들이 내 귀로 쏙아져 들어왔지만, 안 봤다.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결국은 내게 별 의미없는 JCS 버전(그러니까 이언 길런 버전 빼고는 전부였다)'은 피해왔기 때문에 겁난 건지, 혹은 '별거 아닌 버전'이 '아닐 것 같기 때문'에 겁이 났던 건지는, 모르겠다. 하긴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냥 보면 되는 것을. 그건 그저 '하나의 집'에 너무나 오랫동안 정착해 있던 사람이, 다른 집으로 가기를 무심결에 피하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피할만큼 피한 거 같다. 주변에서 - 별반 뮤지컬에 관심없는 사람들까지도 내내 귀에 대고 JCS 얘기를 해오는 통에, 난 지난 수요일 공연에서 마이클 리가 컨디션 난조로 제 음을 내지 못했다는 소리까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는 얘기까지 다 듣고 있었다.

*그래도, '가야지' 하는 생각을 안 하고 버티고 있었는데 - 오늘 오후 갑자기 무언가 내 머리통을 잡아끄는 느낌이었다. 바로 공연장으로 가서 표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해서 본 공연이 바로 오늘, 5월 31일의 JCS 서울 공연이었다. 내 담당 '음악감상자의 신'이 - '야이, 멍청아!'라고 중얼거리며 나를 불쌍하게 여겨 끌고가 준 공연. 그리고 그 공연에서, 나는 - 이십년 동안 기다려온, 나의 두번째 겟세마네를 듣는다.

*여기까지만 써야겠다.
이젠 난 남은 울음을 다 울러 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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