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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류 사리치 Gethsemane: 롤러코스터, 그리고 몇가지
2015-07-20 , Monday

1

앞서 소개한 뮤지컬 록키 영상을 보노라니, 2014년 12월 콘서트 무대의 전반적인 기운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았더니 같은 무대에 각종 선물들이 즐비하다. 겟세마네도 있다. T T 그런데 일단 먼저 소개하는 것은 그전에 해당 무대에서 부른 다른 곡 하나. Dream On이다.

'앗, 이 노래를 불렀단 말인가?'하고 생각했다. Dream On은 락그룹 에어로스미스의 1973년 작품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이론적으로는 엄청난 락보컬링을 가능케하고 또 필요로 하는 노래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는 공연을 안 한다. 대충 들어보긴 했지만, 사실 기묘하게도 이런 건 굳이 라이브 버전을 안 들어봐도 직감된다. 에어로스미스가 노래를 못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럴리가. 그런데 이 노래의 텍스트 버전을 '완성'한다는 건, 해당 그룹의 힘과는 좀 다른 범주의 것이다.

가령 레드제플린만 해도, 로버트 플랜트는 어마어마한 라이브력을 지닌 전설적 보컬리스트이지만, 나는 Baby, I'm Gonna Leave You의 가장 결정적 프레이즈는 레코딩 버전대로는 공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찾아보기도 전에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찾아봐도 그렇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Great Gig In The Sky도 조금 그렇지만, 그건 애시당초 피처링 아티스트가 불러준 소절이기도 하거니와 너무 노골적으로 그렇다.

아마 겟세마네도, 최초 버전을 이언 길런이 부르지 않았더라면 그런 범주의 넘버가 되어, 하나의 '이론적 프로토타입'으로만 오랫동안, 혹은 영원히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Dream On도 다소 그런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 무대에서 드류 사리치가 부른 버전을 발견하곤 반색을 했다. 난데없이 하나의 '이상'이 '현실'이 되는 광경을 보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 현실을 내가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는 차치하고 그랬다. 드류 사리치는 이 버전을 크게 힘 주지 않고 편안하게 부른다. 중간에 마이크가 고장나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덕분에 분위기는 유쾌해지는데, 그런데 그렇게 힘을 뺀 덕분에 그 다음부터는 약간 프리스타일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생각보다 훨씬 멋진 버전이 탄생한다. Dream On이라는 메인 후렴은 원래 가성+절창으로 진행되는데, 드류는 이것을 진성으로 바꿔서 해버린다. 반대의 경우는 흔한데, 이렇게 해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 여러모로 기쁜 무대다. 보기로 결정했다면, 끝까지 봐야하는 무대다.



2

Dream On도 쉬운 노래가 절대 아니고, 위의 무대에서도 롤러코스틱 라이드의 기분을 맛볼 수 있지만, 그러나 겟세마네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격동의 롤러코스트 라이드만한 것이야 있을 수가 없다. 아마 대중음악 분야에서, 남성가창자들에겐 가장 어려운 곡이고, 가장 무서운 곡이고, 그래서 그저 이 노래를 완창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훈장 하나씩은 달아야할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의 진짜 문제는, 힘이나 테크닉만으로 부를 수가 없다는 사실. 이 노래는 피와 살을 요구한다. 노래를 부르는 자의 무언가를 덮쳐서 잡아먹는 노래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제대로 부를 때에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확하진 않다. 내가 제대로 들은, 그래서 내가 끝까지 함께 한 버전이 이제 겨우 세번째일 뿐이다. 한번은 이언 길런이고, 한번은 마이클 리이고(너무나 행복하게도 마이클 리는 지금 현재 서울의 샤롯데 극장에서 JCS를 공연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이 세번째인 셈이다.

드류 사리치의 노래를 유튜브 등으로 접한 건, 상당히 오래된 일이다. 겟세마네도 들었다. 2009년 즈음이었던가. 그때 엄청나게 감탄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아가진 않았다. 노래를 너무 잘 불렀지만, 힘이 너무 강했다. 그 넘치는 힘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난 그 경로가 서구 락 뮤지션이나 뮤지컬 보컬리스트들의 일반적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경로가 내겐 다소 매뉴얼화된 경향으로 비춰지는 터라,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일반론이란 깨지라고 있는 법. 특히나 예술 분야에 일반론이란 별 의미도 없다.

작년 12월 14일의 이 비스로흐 극장에서 열린 'Musical Meets Rock'무대. 분위기는 상당히 캐쥬얼하다. 복장도 편하다. 밴드도 무겁지 않다. 얼핏 봐서는 라이트한 버전의 겟세마네(?)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가능한 일이 아니긴 하다. 듣고 나서 산뜻하고 가볍게 '오, 좋은데!'라고 얘기할 수 있는 넘버는 원래 아니긴 하다. 그러나 또 못 그럴 건 뭐 있겠는가. 그리하여 이 클립의 도입부를 들으면서, '애절한 발라드 버전쯤일까?'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겟세마네의 또 다른 특징은, 이 노래가 어떤 식으로 끝날지,또  끝날 때 내 상태가 어떻게 변해있을지를, 곡 시작 전에는 미리 가늠하거나 짐작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뭔일이야 나겠어?' 라고 생각하며 무심하게 재생했다.



그렇게 무심하게 보다가 그만 '고작 유튜브 직캠' 하나에 길을 잃었다. 그렇게 만든 건, 가창력 이전에, 혹은 그 너머에 이 사람의 감정 탓이다. 콘서트 형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딱히 연기 버전, 혹은 지저스 버전으로는 크게 들어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람이 진짜로 화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 "왜 콘서트를 잘 하고 있는 내게 와서 갑자기 죽으라는 겁니까?"라고 당혹해하는 순간, 우리는 - 혹은 나는 멍하니 구경을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의미심장한 싸움 구경을 말이다.  이 노래는 이렇게 사람을 잡는다. 허공에서 뻗어나오는 두개의 손이 가창자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목을 꺾고, 뒤로 넘어간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속삭인다. '너는 십자가에 매달려야 한다'라고 말이다. 가수는 당황하고 놀란다. 저항하고 항변하고 요구하다가 체념한다. 그리곤 숙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내던진다. 현실은 붕괴되고 그리고 재구축되기 시작한다. 그 전 과정을 관통하는 지독한 고뇌와 고통이 나무 뒤에서 숨죽이고 이 광경을 구경하는 우리들까지 포박한다. 3년 혹은 90년 같은, 몇분 동안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

곡이 끝나고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 난 누구?'의 확인을 한번 해야했다. 내 입에 모래가 들어가 있는 듯한,  바람이 스쳐가는듯한, 창검의 빛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듯한 느낌에서 깨어나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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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영상을 보고나서 재빨리 현실로 돌아와야할 필요을 느낀다면, 이것을 감상하길. 직업인 뮤지컬 배우인 같은 사람 드류 사리치의 다른 무대. 2004년 뮤지컬 시상식 무대에서 그가 뮤지컬 아이다의 조세르 총독으로 분해 Eine Pyramide Mehr(Another Pyramid)를 부른다. 그가 실제 뮤지컬에서 이 배역을 맡았던 것 같지는 않고. 이벤트성 무대인듯. 아, 그런데 좋다. 실제 뮤지컬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인 조세르가 이렇다면 배역 밸런스가 좀 깨지겠다. ^ ^



*그는 이전 글에 얘기했다시피 독일어권 유럽에서 남성 중심 뮤지컬의 어지간한 주역은 다 해냈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뚜렷한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그중 한편. 2009년 뮤지컬 루돌프. 난 이 사람의 락보컬 사이드를 당연히(!) 좋아하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이 사람 보컬의 가장 핵심적인  또 다른 힘 - 고전적 장려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작품인듯. 내가 이제껏 독일어권의 현대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라고 이 무대를 처음 접했던 몇년전에도 생각했다. 애초에 내가 독일어권 팝이나 락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접할 때마다 내내 영어 쪽에서 주로 만들어진 보컬 기법의 양식이 딱딱한 독일어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우리나라 언어도 조금 그렇다. 독일어나 우리나라 말이나 음절 단위로 끊어지는 발음을 가져서 그런듯. 그런데 독일어쪽이 더 딱딱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 속에서 '흐름'을 만들어낸다. 예전에 조승우가 우리나라 말로 유럽 고전극(지킬앤하이드)분위기 대사와 노래를 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얘기한 적이 있다. 이 사람은 독일어쪽에서 비슷한 일을 해낸 것 아닐까. 내가 독일어를 잘 모르니,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언어가 음악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발휘할 때에는, 그 언어를 몰라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2009년의 뮤지컬 갈라 무대(Korneuburger Musical Gala)에서 그가 부른 Where Or When. Babes In Arms라는 고전 뮤지컬의 한 넘버인데,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곡이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버전도 유명하고, 바브라 스트라이잰드도 불렀다. 그 스탠더드 팝 넘버를 이 사람도 부른다. 어쩌면 이 위의 모든 무대를 합친 것보다, 이것을 좋아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나도 무척 좋았다. 프랭크 시나트라 류의 스탠더드팝은 내겐, Dream On이상으로, 하나의 '이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음악적 텍스트는 존재하는데, 딱히 내가 좋아할 만한 현실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엘라 피츠제럴드와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존재하는 덕분에 어지간한 스탠더드팝의 여성형은, 비교적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남성형은 은근히 내 마음에 드는 버전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마 애시당초 내 취향 자체가 스탠더드 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곡 Where Or When의 동영상은 별 기대안하고 눌렀다가, '이것도!'하고 즐거움의 탄성을 질렀다. 겟세마네를 부르는 가창자의 스탠더드 팝 넘버. 그러나 그런 힘이 있다고 해서, 이런 힘이 자동적으로 생기지는 않을텐데,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범역을 가진 싱어다. 그러니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이트의 한 게시판에서, 미국 뮤지컬 팬들이 "드류는 이제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지 않을까?"하고 풀죽은 모습으로 댓글들을 이어갈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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